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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16~2023

힐리언스 선마을에서의 일기 2일차

 

2021.11.20 새벽 기상하다 / 몰스킨에서 옮김

 

 

 

발가락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발가락 열개와 겨울 나무만 있다

겨울 소나무 엄마의 작품이 떠오르는 진풍경을 눈에 담아본다

어제 오후에 보았던 커다란 산등이는 안개에 가리워져 사라진 듯 하다

얇고 가녀린 나뭇가지들과 희뿌연 안개만이 이 천지를 에워쌓고 있다

숲과 하늘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다 순간 거대한 함선이 내 머리위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드니 빌뇌브의 고독한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가 생각나는 풍경이다

까마귀는 안개 속을 헤엄친다 1등 항해사처럼 자유롭게 상공을 가로지른다

안개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나는 퍽 이 풍경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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