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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22

DUE DAY와 야간비행의 상관관계



그래 나는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 DUE-DAY 가 정해진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나를 이리저리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회사 일만 하면 머리가 굳어지고 야성이 사라지는 건 뭐 이미 경험해봐서 알고, 그 굳은경험을 지긋이 축적해온 사람들 무리에 둘러쌓여 있으면 더욱 더 침잠해 버리거나, 함께 흘러가거나 하더라. 다행히 내 주변에는 느리더라도 멧돌-동력을 가진 친구들이 많아서 수렁에 들어가는 수고로움은 덜어냈다. 이처럼 환경이라는 것은 참 중요한 것이다. 

 

듀데이라는 단어는 학교다니던 시절 교수님이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었다.

스케줄 관리에 있어 짤없던 냉랭한 교수님이었는데,  듀-데이에 맞췄어야지, 나도 2시간 씩 자면서 박사 논문을 하고 있어 얘들아. 라고 왼쪽 흰자에 빨간 실핏줄이 터져 오시곤 했던 뭐 딱히 변명을 못하게 만드는 교수님이었다. 근데 나는 스케줄 관리를 알아서 잘하는 편이었기에 그 교수님의 마인드가 퍽 좋았거든. 사실 과제를 못해오거나 안해오는 행동 자체를 이해를 못했다. 그래서인지 가끔 너는 기계같다는 얘기를 학우들에게 듣기도 하면서 학교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여담이지만 나중에서야 내 MBTI 가 INTJ 인것을 알게되었다. 

 

야간비행은 내 졸업작품 제목이기도 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떽쥐베리의 자전적인 소설책이기도 하다. 생떽쥐베리는 실제로 파일럿이자 작가이다. 

고등학교 시절 뒷자리에서 야간비행을 읽었던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준 책이기도 하고, 그 책을 빌려준 선생님을 더불어 학교 밖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솔직히 학교에서는 뭘 배운건지 잘 모르겠다. 그저 급식충이었던듯. 

 

야간비행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단이기도 하다.

 

그는 조종실 안에서 머리를 숙였다. 형광 계기 바늘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수자를 확인하고 나니 행복했다. 그는 이 저녁 하늘에 든든히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철로된 날개 부분을 손가락으로 만져보고는 그 안에 생명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그 금속은 진동하지 않았으나 살아 있었다. 5백 마력의 엔진이 그 물체에 부드러운 전류를 흐르게 하여 얼음같이 찬 강철을 벨벳과 같은 부드러운 살로 변하게 하였다.다시 한 번 비행사는 조종하면서 현기증이나 도취시키는 전율이 아닌 살아 있는 육체의 신비로운 고통을 느꼈다. ... 이제 그는 잠수함이 물 속으로 들어가듯이 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떨림도, 흔들림도, 심한 진동도 없었고 회전조정기, 고도계, 속도계도 아무 이상이 없었으므로 그는 기지개를 켜고 가죽 의자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희망으로 가득 찬 비행의 명상에 빠져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것은 소리가 무르익는 것 같았다. 불들이 켜졌다. 붉은 표시등들이 격납고 지붕에서 화려하게 반짝거리며, 라디오 안테나에 루비같이 매달려, 착륙장에 직사각형을 그려내고 있었다이것은 화려한 축제다!"

 

 

 

지금도 내 마음 속에 언제나 생떽쥐베리의 야간비행이 함께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세상의 이치대로 움직여야 하는 감독관 리비에르에 감정을 이입해서 보았던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를 처절하고 고독한 야간비행을 마치고 조종석에서 내려서는, '술이나 한잔 사주십쇼!'라고 외치던 파비앙의 잔잔한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